책 리뷰: 천재들의 대참사, 실리콘밸리 유니콘 기업의 민낯
책 ‘천재들의 대참사’는 52세의 저널리스트가 유니콘 스타트업 ‘허브스팟’에 입사하고 겪은 이야기다. 내 커리어도 스타트업이 전부라 솔직히 엄청나게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다. 게다가 미국에서 인턴십하던 악몽 같은 경험과도 비슷한 부분이 많아 읽으면서 ‘나 뿐만 아니구나.
이런 일을 겪는 사람은 많구나. 게다가 저자는 저널리스트로서 성공한 커리어를 갖고 있음에도 이런 수모를 겪구나’하면서 힐링할 수 있었다. 지금부터 내가 공감한 부분을 써보겠다.
이전 직장에서 콘텐츠 마케팅을 담당해서 그런가. 이 ‘천재들의 민낯’이 마냥 남 이야기 같지 않았다. 코카콜라 및 다른 글로벌 브랜드에서 시작한 브랜드 저널리즘은 마케팅계에 변화를 주었다. 이제 단순한 홍보/광고를 기반으로 한 마케팅이 아닌 스토리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 잠재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하고 이에 기반해 우리 비즈니스를 홍보한다. 나아가 브랜드와 크게 관련이 없지만 인지도 및 이미지를 위해 잡지를 발행하거나 컨퍼런스를 열기도 한다.
그럴싸한가? 사실 콘텐츠 마케팅의 민낯은 이 책에서도 다루지만, 검색 노출을 위한 단순 블로그 글 생산 공장에 지나지 않는다. 000하는 법 3가지, 000하지 않으면 안 될 이유 5가지, 요즘 000을 많이 찾는 이유 등의 클릭을 유도할 제목 아래 정말 유용한 정보가 아닌 그럴싸하게 포장해 재생산한 콘텐츠만 있을 뿐이다.
난 이걸 위해 1년간 일했고 환멸을 느껴 퇴사했다. 어떤 방향이든, 어떤 글이든 결국 쓰레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딴 수준의 글을 생산하는 내가 한심했고, 이걸 통해 잠재 고객에게 얼마나 노출했고(조회수), 그 고객들이 얼마나 우리 사이트에 들어왔고(클릭 수), 그리고 가입을해서 서비스를 이용했는지(전환율)를 매번 트래킹하여 보고하는 일도 집어치우고 싶었다. 결국 숫자를 위해 이 짓을 하는 것이었다. 진정으로 우리 이용자와 잠재 고객에게 필요해서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많이 뿌린 단순 덫에 불과했고 그 결과를 보고해야 했다.
천재들의 민낯도 이 콘텐츠 마케팅이라는 블로그 글 생산 공장에 대해 비판과 풍자를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마케팅계 사람들에 대해 몇 번 언급을 하는데 정말 웃프다.
바로 이런 사람들이 바보다. 손아귀에 움켜진 것을 절대 놓치려 들지 않으며 자기 홍보에 열중한다. 스스로를 ‘제품 마케팅 프로’, ‘그로스 해커’, ‘창의적인 록스타 인턴’, ‘대중 연설가’등으로 묘사하며 이력을 뻔뻔하게 부풀리는 사람들이다.
마케팅 분야의 사람들은 리더십에 집착하는 경향이 다분했다. 마케팅 관련 회의에 참석하면, 멍한 표정을 한 마케팅 분야 종사자들로 가득 찬 강당에서 그 자리에 앉아 있는 ‘모든’ 사람이 리더라고 말하는 강연자를 흔히 볼 수 있었다.
애석하게 한국에도 이런 분들 많다. 자기 스스로를 마케팅 전문가, 그로스해커 등 실리콘밸리에서 유행하는 미사여구를 붙여 자신을 자랑하거나 나타내나 실상 허물 좋은 껍데기인 경우가 많다.
총평
스타트업 창업가나 종사자, 그리고 취업 희망자는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스타트업의 장점도 많다. 하지만 장점에 비해 단점이 너무나 알려져 있지 못하다. 특성상 두루뭉실하고 애매한 문제들이 많기 때문이다. 저자 댄 라이언스는 직접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며 그 애매하고 요상한, 두루뭉실한 문제들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모든 스타트업이 이렇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기업이란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인재를 고용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회적 역할도 반드시 수행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스타트업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열정과 핑크빛 미래를 제시하며 현재를 착취하는 스타트업은 없어져야 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우리 종사자들도 현실을 직시하고 올바른 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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