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드 체인지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가 연일 화제다. 오늘은 청와대 위민관에서 기능직 직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는 화면이 종편을 도배하고 있다. 선거운동시절 횡성휴게소에서 육개장을 먹고 운전기사의 식판까지 반납하는 파파라치 사진도 화제다. 평론가들의 말을 들어보니 정치적 쇼라는 부정적인 의견 보다는 소탈한 모습에 대한 칭찬이 많다. 정권 초기 허니문 시기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쫓겨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평소 식생활과 대비해서 더욱 긍정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기도 하다. 장관, 참모, 비서들과 밥을 같이 먹기는 커녕, 독대도 하지 않고, 혼자 관저에서 전자렌지에 음식 돌려서 먹었다니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이다.
예전에 봤던 '체인지'라는 드라마가 생각난다. 요즘은 한물 갔지만, 시청률의 사나이인 기무라 타쿠야가 최연소 일본 총리로 나오는 드라마다. 후지TV에서 2008년 5월 10부작으로 방송됐다. 일본이나 우리나 썩은 정치는 마찬가지이니 쉽게 공감하며 볼 수 있는 내용이다. 초등학교 교사이던 주인공이 비행기 사고로 죽은 아버지와 형의 뒤를 이어 정치에 입문, 최연소 총리에 오른다는 이야기다. 일본에선 국회의원 지역구도 자식에게 물려준다. 능력없는 총리가 병으로 더 이상 직을 수행하지 못하게 되자 집권당의 실력자가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 주인공을 정치에 입문시켰다. 당에서는 아이돌 같은 정치 스타를 원했지만, 주인공은 소탈하고 따뜻한 행보로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결국 집권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 총리대신이 돼버린다.
총리가 된 이후, 연일 파격 행보를 이어가고 국민들은 열광한다. 내치, 외치 할 것 없이 손대는 족족 성공시키고, 일단 대화를 하면 그 어떤 반대파도 주인공에 동화돼버린다는 설정이 억지스럽긴 하다. 하지만, 정치는 곧 토론이고 설득 아닌가. 토론과 설득이 사라져버린 한국 정치의 현실을 생각하면 아무리 억지스런 드라마적 설정이라고 해도 묘하게 몰입하게 된다.
설득의 달인인 주인공에게도 시련이 찾아오면서 드라마는 절정으로 치닫는다. 요즘 한국 표현대로 하면 적폐 세력들이 똘똘 뭉쳐 주인공을 총리 자리에서 몰아내려고 한다. 결국 주인공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마지막 한방을 날린다. 그 마지막 한방이 무엇인지는 말씀드리지 않겠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드라마를 보려는 분들에 대한 예의다.
문재인 대통령이 토론과 설득을 중시하고, 말하는 것보다 더 많이 듣는 스타일이라는 점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우리는 지난 4년여 동안 얼마나 웃기고 서글픈 대통령을 봐왔는가. 일드 체인지의 억지스런 드라마적 설정이 현실에서도 벌어졌으면 좋겠다. 지난 4년여 동안 말아먹어버린 나라를 하루 빨리 정상화시켜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총리의 대국민 담화 씬. 믿기 어렵겠지만, 화면 변화없이 기무라 타쿠야의 바스트샷 원 샷으로 25분 동안 끌고간다. 그래도 눈을 뗄 수 없을만큼 몰입하게 된다. 대본도 대본이지만, 기무라 다쿠야의 연기력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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